진중권 교수가 쓴 책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의 어느 한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과거에는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이 그래도 머리 숙여 사과는 했다. 비록 잘못은 했어도 ‘윤리기준’은 존중하며 기준에서 벗어난 자신의 일탈을 인정하거나 인정하는 척은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사람들은 사뭇 다르다. 그들은 잘못을 해놓고 오히려 적발한 이들에게 성을 낸다. 비리만 저지르는 게 아니라 그 행위가 잘못이라고 말하는 ‘윤리기준’을 건드린다. 아예 기준 자체를 바꿔버림으로써 자신들은 하나도 잘못한 것이 없는 대안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결과 ‘아빠 찬스’는 기회의 평등함이 되고, ‘문서위조’는 과거의 공정함이 되고, ‘부정입학’은 결과의 정의로움이 됐다. 가치는 전도됐다. 비리를 저지른 자들이 피해자 행세를 하며 그것을 적발한 검찰과 그것을 알리는 언론을 질타한다. 적반하장이 문재인 정권하에서는 일상의 풍경이 되었다. 왜들 이렇게 뻔뻔해졌을까?”
언론과 검찰을 향한 (강도 높은) 질타와 비판을 통한 공격적 방어라 할 수 있다. 자신들만이 법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과거· 현재· 미래를 망라해 처절하다. 현재의 비리는 거짓말로, 미래의 비리는 음모론으로, 과거의 비리 수사는 재 수사로 뒤집어엎는다. 전방위적인 은폐와 차단으로 자신들을 케어하고 있다.
‘음모(conspiracy)’라는 말에는 ‘함께 (con)’ + ‘숨 쉬다 (spirare)’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음모론이란 소수의 사람이나 혹은 집단이 은밀한 공모로 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보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인간이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든 그 행동은 보통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이렇게 인간의 행동이 의도에서 벗어나 종종 예상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에 그 변수를 통제하려고 사회과학이 존재한다. 철학자 칼 포머는 “음모론은 사회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방해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대중선동에는 진실규명보다 음모론이 효과적이다.
최근 모 정당의 ○○○위원장 성 스캔들(Sex Scandal)로 제주 정가가 뒤숭숭하다. 정당의 당헌·당규에는 윤리심사 절차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윤리위원회 규정’이 포함되어 있는데, 윤리위원회의 기능은 ‘당헌·당규 및 윤리 규칙을 위반하거나 기타 비위가 있는 당원에 대한 징계처분 심의·의결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당은 자체 수사권도 없고, 조사권도 없다며, ○○○위원장은 경쟁자 측의 음모라고 주장한다. 윤리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면서 궁색한 변명에 이어 음모론으로 김을 빼고, 대리인을 통해 고소·고발로 사실을 뒤덮으려 하고 있다.
기대된다! 법정에서 성 스캔들 관련자와 피고소인들이 치열하게 펼쳐질 법리 공방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성 스캔들(Sex Scandal)의 진실이......
제주지역 이슈가 된다면 다행스럽지만 안타깝게도 전국적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정당의 자정 시스템의 부재인지? 당원을 통합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책임자의 리더십의 부재인지? 갈등해결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의 한계 앞에 무릎꿇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모 사단법인에서 구성원이 잘못을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징계위원회”를 열어 제명했다. 심지어 교육 현장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선제적 자체 시스템으로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폭대위)를 열어 자체 진상조사를 하고 학부모들까지 참석하게 해서 합당한 처분을 내린다.
침묵하고 있는 공당(公黨)!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이 공당으로서 당의 품격과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묻고 있다. ‘정의’를 말하고 ‘공정’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를..... 그러나 그들은 또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민을 향해 정의를 말하고 공정을 논하며 표를 달라고 애원할 것이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왜 이들도 이렇게 뻔뻔해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