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아가면서 세 가지를 먹습니다. 우선 공기를 마십니다. 좋든 싫든 들이마십니다. 호흡은 생명 과정입니다. 호흡이 멈춘다는 것은 곧 생명의 끝이자 죽음을 의미합니다. 둘째, 음식을 먹습니다. 한 사람이 일생 동안 먹는 음식의 양은 약 32만 톤에 이른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에는 엄마 젖을 먹다가 어느 정도 선택적 의지가 생기면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해서 먹습니다. 셋째, 생각을 먹고 자랍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 증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도대체 너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냐”는 말을 듣습니다.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이 나의 의지대로 먹어왔는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런데 내가 의사결정을 할 때 판단과정에서 작용하는 생각이 내 생각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내 생각도 아닌 생각이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내 생각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내 생각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내 생각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은 남의 생각을 판단할 때 특히 중요합니다. 남의 생각과 의견에 대한 나의 평가도 편견에서 비롯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견은 무엇에 대한 나의 입장 표명입니다. 내 입장은 그동안 내가 먹은 생각의 축적 결과 생긴 나의 관점입니다. 입장 표명은 언제나 내 생각을 정리한 결과 이루어집니다. 내 생각의 근본과 가정을 의심해보고 의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래야 편견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편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열고 들어주는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내 의견이 틀릴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의견도 일리一里가 있음을 인정할 때 편견의 늪에 빠지지 않습니다. 내 생각은 언제나 진리眞理이고 남의 의견에는 문제가 있으며, 나와 다르기 때문에 무리無理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논리적 오류입니다. 남보다 내가 무리수無理數를 두고 있지 않은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모든 의견은 의심의 대상이자 의문의 대상입니다. 내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입니다.
의견意見이란 의견疑見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의문疑問의 화살을 던져봐야 합니다. 권위 있는 사람의 의견이라고 무턱대고 의문을 품지도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세상의 모든 의견은 철학자 후설이 주장하는 ‘판단 중지’의 괄호 속에 묶어 두어야 합니다.
판단 중지는 어떤 사태나 사물의 속성, 또는 사람의 의견을 선입관이나 편견에 따라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내 생각의 건전성과 의견의 타당성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됩니다. 독단獨斷으로 흐르지 않고 속단의 어리석음으로 질주하는 것을 막으려면 때로 판단을 유보하며 느림과 기다림의 미덕을 배워야 합니다.
●● 나를 키우는 물음표
나는 오늘 남의 생각에 비난의 화살이나 판단의 칼을 휘두르지 않았는가? 남의 의견을 다 들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는가? 내 생각으로 이루어진 내 의견도 편견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의견으로 남의 의견을 오판誤判하거나 오해誤解할 수 있기 때문이다.
●● Start Again
시작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