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크런대 공학박사.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지식이 자산이 되는 시대에서 전문성은 최소한의 자기 보호 방편이다. 지식을 관리하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이 시장에서 장렬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첫째,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어야 한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무엇보다 배움 그 자체를 즐기고 좋아해야 한다.
둘째, 지식과 경험의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도움을 주고받는다. 피터 드러커는 “지식은 배우고 가르치고 나누면서 시너지를 낳는다. 혼자만 알고 있는 지식보다는 나누고 영향을 끼치는 것이 지식 본연의 임무다.”라고 했다.
셋째, 호기심의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지식과 호기심은 불가분의 관계다. 목표를 세우고, 무언가 갈증이 있으면 관련된 정보가 귀에 쏙쏙 들어오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자동적으로 걸러진다.
예전 도장공장에서 품질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이를 깨달았다. 당시 도장공장에서의 불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내 미션이었는데 앉으나 서나, 집에 있건 등산을 가건 늘 공장의 불량 문제만을 생각했다. 불량의 제1 원인은 먼지였는데 먼지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우고 관심을 가졌다. 반도체 공장이 먼지 관리를 잘한다고 해서 어렵게 공장 방문을 한 적도 있고, 먼지가 안 나는 옷을 구입하기 위해 업체 사장을 만나기도 했고, 먼지를 잘 볼 수 있는 휴대용 현미경을 사서 공장을 돌아다니기도 했고, 화장품과 불량률과의 상관관계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회사 내에서 내 별명은 먼지박사(Dr. dirt)였다. 그 덕분에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
목표를 갖고, 일정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늘 호기심의 안테나를 세우는 것은 지식 쌓기의 주요 단계다. 호기심은 또 다른 호기심을 낳고, 지식은 또 다른 지식을 낳는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공부할 것이 많아지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세상에 궁금한 것이 사라진다. 책도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이 많아지고 생전 책 한 권 안 읽는 사람은 책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다.
넷째, 다른 업종의 사람들로부터 배워라. 배움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그쪽 분야 사람들과 어울릴 때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분야에서 자기 분야를 들여다보면 의외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의 문제점은 한 가지 전공을 한사람이 풀기엔 너무 복잡하다. 다양한 시각, 여러 종류의 경험과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쳐야 풀 수 있다.
다섯째, 현장에서 배워라. 배움은 책과 강의와 세미나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스킬은 학교 교육을 통해 배우기 어렵다. 고객만족이 무엇인지, 동기부여를 어떻게 하는지, 화난 고객을 어떻게 다룰지, 노조와의 협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려운 상대를 어떻게 설득할지를 학교에서 무슨 수로 가르칠 것인가? 가장 중요한 배움의 장소는 바로 현장이다.
여섯째, 비평을 통해 다듬어라. 쇠를 강하게 하는 것은 불과 망치다. 지식을 강하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피드백과 비평이다. 자신의 지식이 호소력이 있는지, 적절한지, 문제점은 없는지를 파악하고 주기적으로 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지식을 기꺼이, 의도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자유로운 비평은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어야만 학문도 다듬어지고, 못보고 지나갔던 문제점도 볼 수 있다. 비평을 통해 검증이 이루어진다.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쌍방향의 대화식 강의가 훨씬 생산적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 품질 좋은 이론과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우리들의 어색하고 딱딱하고 자유롭지 못한 문화는 말 못하고 생각 못하는 사람들을 대량으로 생산한다. 지식과 생각은 서로 주고받으면서 자극하고, 자극받으면서 깨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