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위주의 통행환경에서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으로 보행여건을 개선해야.
인터넷에 11월 11일을 검색하면 ‘빼빼로데이’가 상단에 있는데 친숙한 날이기는 하지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본 기자는 11월 11일 하면 농업인의 날 및 ‘보행자의 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보행자의 날은 보행교통 개선의 중요성에 대한 범국민적 의식을 높이고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자는 의미에서 2010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숫자 1이 네 번 등장해 사람의 다리가 연상되는 ‘11월 11일’을 걷기 활성화 차원에서 보행자의 날로 정한 것 같다.
보행자는 자동차보다 '절대 약자'요 어떤 경우든 피해자 입장이 된다는 점을 십분 인식, 사고위험 요소는 근본부터 차단해 어떤 상황에서도 보행자의 안전만큼은 도모해야 한다는 자세를 확고히 갖춰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의 쾌적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제주도는 보도확장 등 보행여건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보도 내 가로수, 가로등, 전신주 등 각종 시설물이 설치될 경우 보도폭이 협소해져 휠체어, 유모차, 보행 약자 등 교행에 불편을 겪는 등 보행환경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 읍·면 지역에 노약자나 장애인 등 보행 약자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 사람이 안심하고 걸어 다닐 수 있는 인도가 확보되지 않은 곳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바닥을 이루는 보도블록은 대체로 울퉁불퉁하고 군데군데 배전함과 가로수가 차지하고 있어 자칫 한눈팔다가는 걸려 넘어질 우려가 크다.
우리는 날마다 ‘안전’을 말하고 있다. ‘안전도시’를 추구하지 않는 도시는 없다. 그런데도 위험에 상시 노출된 인도의 안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인도를 보행자들에게 완전하게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안전도시에 가까워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 한층 정돈된 깨끗한 도시로 거듭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보행권 확보를 위한 지자체의 관심이 절실하다.
차도와 인도 사이 경계석이 높아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과 휠체어·유모차·여행용 가방 이용자 등 이동 약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 지역에 경계석 낮추기·보도블록 정비 공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보행환경의 악화를 도로 환경 탓으로 돌리자면 개선이 쉽지 않다. 차량 숫자의 급증으로 인해 찻길 중심으로 조성된 도로 환경을 보행 중심으로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교통약자(어린이·노인·장애인·임산부 등)의 보행권 확보를 위해 손쉽게 할 수 있고 효과도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방법은 바로 자치단체·시민단체와 합동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교통약자의 피부에 와 닿는 보행 불편사항을 합동으로 점검이 필요하다.
본 기자가 보행의 날을 맞이하여 성산읍 지역 도로 환경을 살펴보니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횡단 보도를 작정하고 들여다보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반듯해야 할 곳에 턱이 있었다. 높이가 25㎝에 달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저길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맞은편에서 휠체어에 의지한 한 장애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진땀을 흘리며 한참을 돌아 보행로로 올라섰다.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농어촌 도로 인도를 따라 이동하는 매 순간이 조마조마하다는 것이다. 폭 1m 인도의 가운데에 가로수가 심겨 있어 폭 60cm짜리 전동휠체어로 지나려면 여유 폭이 2∼3cm에 불과해 매 순간 좌우 바퀴를 살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는데도 결국 가로수 보호판 홈에 바퀴가 빠지면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아찔한 상황들도 발생하고 있다.
인도와 차도가 맞물리는 경사면에서도 주의가 필요했다. 도로 곳곳에는 인도와 차도를 이어주는 경사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거나 설치가 되어 있어도 그 높이차가 심해 휠체어로 올라가기는 힘들었다.
성산읍 동이 트는 집에서 동 마트 방향으로 인도와 차도를 매끄럽게 잇는 경사면을 지날 때 일반인들도 균형을 잡을 수 없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지만, 전동휠체어는 아예 통행할 수 없는 상태이다.
보행 약자에게도 걷기 편한 환경은 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인도 턱은 1.5㎝ 이하로 만들어야 하지만 대부분 규정보다 높아서 턱을 내려갈 땐 몸이 앞쪽으로 크게 쏠려 꼼짝없이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제주대학교 김모 학생은 "1㎝ 높이의 턱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할 때도 많다"라며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전동휠체어가 많이 보급되고 있지만 정작 열악한 도로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성산읍 관계자도 “인도 위 시설물 배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무분별하게 인도 시설물이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보행환경을 해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농어촌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이동 약자의 보행권 확보를 위해 무장애(Barrier Free) 시설 설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배리어 프리는 시민 누구나 편리하고 행복한 보행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 휠체어, 노인 실버 카, 여성 유모차를 이용하는 이동권 약자를 위한 문턱 제거 및 경사로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지역주민 고 모 씨는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 개선은 시민의 기본권과 행복추구권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라며 “지금이라도 현재의 차량 위주 도로교통 시스템을 개선해 기본적인 보행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보행자의 날이 행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행자 권리 확인을 위한 날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