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름다운 섬 제주 바다, 이제는 죽음의 덫

이지은,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2024-10-21     서귀포방송
제주대학교

제주 바다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독특한 해양 생태계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증가한 해양쓰레기로 인해 제주의 해양 생태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한때 청정함의 상징이었던 제주 바다는 이제 플라스틱, 폐어구,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3년 제주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제주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3년 만에 1만 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제주에서 수거된 해양 폐기물의 양은 2만 2,082톤에 달했으며, 이는 2019년의 1만 2,308톤에 비해 79.4%나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통계는 해양쓰레기 문제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적이고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해양쓰레기는 제주 해양에 서식하는 다양한 종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양 생태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생물 중 하나는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이다. 바다거북의 사체를 조사한 결과, 뱃속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물질이 바로 해양쓰레기였다. 낚싯줄이나 폐그물에 걸려 폐사하는 예도 다수이다. 바다거북뿐만 아니라, 남방큰돌고래 또한 위협받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생후 1년 된 남방큰돌고래 새끼의 폐사율이 2015년 27%에서 2018년 47%로 급증했다. 이는 호주의 샤크만(24%)이나 일본 미쿠라섬(13%)과 비교하면 2~3배 이상 높은 수치로, 연안 개발, 관광 선박의 증가, 해양쓰레기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낸 해양쓰레기로 인해 이처럼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다. 제주 바다의 해양쓰레기는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를 넘어 해양 생물이 서식지를 파괴하고 결국 해양 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문제는 이미 우리 눈앞에 현실로 다가와 있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됐다. 해양쓰레기의 증가로 인한 제주 바다의 생태계 파괴는 결국 인간에게도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적은 노력도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 제품을 선택하는 등의 실천을 통해 우리가 모두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제는 제주 바다와 그 속의 소중한 생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