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을 위한 명분도 실리도 없는 조직개편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새로운학교제주네트워크, 제주실천교육교사모임, 제주좋은교사운동,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제주대안교육협의회, 참교육제주학부모회 정무부교육감 신설 반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등 6개 교육단체들은 15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제주도의회에서 조직개편 조례안을 부결시킬 것을 공동으로 촉구했다.
<전문>
제주교육을 위한 명분도 실리도 없는 조직개편안, 제주도의회가 바로잡아야 합니다.
제주지역 교육단체는 지난 6월 25일 교육시민단체(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제주대안교육협의회, 참교육제주학부모회)와 7월 3일 교원단체(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새로운학교 제주네트워크, 제주실천교육교사모임, 제주좋은교사운동)의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번 정무부교육감 신설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제주도교육청의 조직개편안이 절차적 정당성과 내용적 타당성을 모두 결여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력히 반대했다. 제주도교육청이 졸속으로 조례안을 입법 예고한 지난 한 달 동안 여러 교육단체들이 조직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 과정에서도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제주도교육청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책임 있는 사과와 반성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책임을 외면한 채 제주도의회 심의 결과에 따르겠다는 태도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제 제주도교육청 조직개편 조례안은 이번 제430회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교육위원회 심의와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에 제주지역 교육단체는 이번 제주도교육청 조직개편안의 부당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제주도의회에서 조직개편 조례안을 부결시킬 것을 공동으로 촉구하는 바이다.
이번 도교육청 조직개편안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는 문제가 크다. 연구용역 최종발표에서 조직개편안 발표까지 열흘이 채 걸리지 않았으며, 발표와 동시에 의견수렴이나 토론 및 검증 없이 바로 입법 예고에 돌입했다.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고, 용역 결과와 조직개편안의 내용이 달라지는 과정에서도 공식적인 절차는 없었다. 정무부교육감 신설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담고 있음에도 형식적인 연구용역과 도의회 의결만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제주도의회는 이번 조례안이 단순한 조직개편안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선출되지 않은 최고 권한 직제를 신설하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는 전국 최초 정무부교육감 신설로,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례안을 부결시키고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 제주도의회에 부여된 당연한 책무이다.
도교육청이 정무부교육감 신설의 근거로 들고 있는 유보통합, 늘봄학교, 디지털 AI 교과서 도입 등은 교육부 정책 과제로 2023년 1월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김광수 교육감은 그 이전인 2022년 10월 취임 초 100일 기자회견에서부터 정무부교육감 신설에 대한 생각을 드러낸 바 있다. 김광수 교육감의 생각과 별개로, 제주특별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도 정무부교육감의 필요성은 국가 정책 사무 추진 역할에 두기보다는 제주만의 독자적인 교육 자치 시스템의 구상 속에서 제안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정무부교육감 신설 배경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을 위한 대외 협력인가의 질문에서 그 무엇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는 독자적인 교육 자치 시스템의 구상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제주만의 독자적인 교육 자치 시스템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논의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기초 자치를 강화하는 행정체제개편 과정에서, 각 권역별로 교육지원청의 권한을 강화하고 교육감이 임명하는 교육장과 권역별 의회가 주도해서 공모 과정을 거쳐 선출하는 부교육감이 협치하는 모델도 구상할 수 있다.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은 늦어도 향후 1년 이내 결론이 날 것이다. 섣부른 이번 결정으로 인해 향후 행정체제개편 이후 이 논의가 본격화될 때 도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은 국가 정책 과제 추진을 위해 올해 9월 1일자 조직개편의 시급성을 주장하지만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의 조직개편이 아니라 국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제주 교육의 현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 교육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다. 유보통합의 재정 확보 방안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제주도교육청은 정무부교육감의 개인적 정무 역량에 의존하려 하고 있는 반면,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향후 세입 규모를 추계하고 유보통합의 재원 확보를 위해 특별회계 설치 방안을 포함한 22대 교육 과제를 국회에 요구했다. 디지털 AI 교과서는 여전히 개발 과정과 활용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며, 최근 도입을 유보하는 국민동의 청원이 5만 명을 넘어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이다. 늘봄학교 또한 업무의 연속성과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감안할 때 학기 중간보다 학년도에 맞춰 새 학기를 맞이한 조직개편이 더욱 타당하다. 교육발전특구야말로 지역 현안에 맞춘 도교육청 자체 정책 역량을 강화하여 추진 사업을 명확히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가치를 새롭게! 도민 중심 민생의회!”를 표방하는 제주도의회가 그 책임감에 맞게 도민의 자존심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이미 제주도교육청은 작년 한 해 동안 두 차례에 걸친 조직개편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2023년 3월 1일자 조직개편에서는 도의회에 보고했던 조직개편안이 이틀 만에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변경되면서 밀실 추진 논란이 있었음에도 교육감 공약 및 정책 추진을 지원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승인했다. 불과 6개월 만에 이루어진 2023년 9월 1일자 미래학교추진단 신설 역시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다는 교육청의 강력한 의지를 믿고 출범했다. 도교육청의 약속과 의지를 믿고 조직개편을 승인하면서 고위 직급을 늘리고 70명의 정원을 늘린 것이 모두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제대로 인력을 운영해보기도 전에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또다시 조직개편을 하며 고위직급과 정원을 늘린다고 한다. 업무가 분산되어 있으면 제대로 일을 추진하지 못한다며 3년 한시기구의 컨트롤타워 역할로 설립한 미래학교추진단은 이번 조직개편안에서 1년 만에 폐지되고 다시 업무를 기존 부서로 분산한다. 대체 지난 조직개편안에서 보여줬던 도교육청의 약속과 의지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 적어도 지난 과정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진정성있는 사과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육예산과 함께 교원 수는 줄고 있고 제주의 학생들은 전국 최고 수준의 학급당 학생 수의 교실 환경을 감내하고 있다. 어떤 학교는 통폐합의 위기 속에 불안해하고, 어떤 학교는 과대 학교로 교실 수가 부족하고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뛰어놀지 못한다. 그럼에도 지난 1년, 제주도교육청의 규모가 커졌지만, 과거에 비해 업무가 줄었다거나 학교 현장 지원을 체감한다는 목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다. 학교 현장 지원은 인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로서 하는 것이다. 현재 조직개편 과정을 추진하면서 보여주고 있는 제주도교육청의 조직문화가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도민 중심의 입법기관으로서 집행기관을 견제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제주도의회의 역할을 기대한다.
2024. 7. 15.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새로운학교제주네트워크, 제주실천교육교사모임, 제주좋은교사운동,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제주대안교육협의회, 참교육제주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