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중 사회 교사의 혐오・차별 관련 수업에 대한 대정중 소속 교사들의 지지 입장문

2022-11-08     장수익 기자
대정중

서귀포 대정중학교 사회 교사의 혐오・차별 관련 수업에 대한 학부모와 모 단체의 항의 방문이 최근 며칠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상황을 같이 경험하고 있는 대정중학교 교사들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교사들은 혐오·차별 관련 수업은 정당한 교육활동이라면서 어떤 집단도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사의 수업에 대한 지금의 행태는 교사의 명예훼손 및 교권침해에 해당하며 교사들의 수업과 학생들의 교육활동 결과물은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정중 교사들 입장문>

대정중 사회 선생님의 혐오・차별 관련 수업을 지지합니다.

1학년 사회 수업 결과물이 교내에 전시된 이후로 몇 학부모들과 모 단체가 학교를 방문하여 수업결과물의 철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습니다. 또한 수업결과물의 철거를 넘어서 교사의 수업내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제주도청 앞에서 관련 기자회견도 진행하였습니다. 동료 교사가 자신의 수업에 대해서 끊임없이 항의를 받는 이러한 상황은 해당 교사만의 문제가 아닌 대정중학교 교사 전체의 문제라고 느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정중학교 교사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생님의 혐오·차별 관련 수업은 정당한 교육활동입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성취 기준에 입각하여 수업합니다. 사회 선생님의 혐오・차별 관련 수업은 성취기준 ‘[9사(일사)01-03]사회집단의 의미를 이해하고, 사회집단에서 나타나는 차별과 갈등의 사례와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탐구한다.’에 입각한 정당한 교육활동입니다. 이 수업은 국가인권위에서 청소년 혐오차별 대응 워크숍을 통해 학생들의 인권교육을 위해 제시된 수업이기도 합니다. 또한 모 단체가 주장하는 태블릿과 핸드폰을 통해 아이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게 했다고 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해당 교사는 성소수자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10가지의 소수집단을 아이들에게 제시하고 수업했을 뿐 성소수자에 대해 좋고 나쁨을 가르치거나 강요한 것이 아닌 ‘차이로 인한 사회적 차별’을 어떻게 다뤄야할지에 대해 학생들과 수업하였습니다. 해당 수업은 옳고 그름으로 나뉘는 문제가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친 정당한 교육활동입니다.

2. 어떤 집단도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선 안됩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아니한다’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사람, 다른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교사로서 우리 사회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어떠한 소수집단도 차별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소수 집단이 바로 우리 학생들이고 제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학생들이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으며 모든 인간은 평등한 존재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3. 교사의 수업에 대한 지금의 행태는 교사의 명예훼손 및 교권침해입니다.

교권이란 학생 교육을 위해 법이 인정한 교사의 교육할 권리입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육과정을 결정하고 편성할 권리가 있고, 교육내용과 방법을 결정하고 수업할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교육내용에 대한 학부모의 의견 개진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의 수업내용과 결과물에 대해서 지금과 같이 지속적으로 찾아와 지극히 편향적인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수업내용에 대한 비난을 일삼고, 교육청에 항의하고, 국민신문고에 올리는 이러한 학부모와 모 단체의 행태는 교육활동에 대한 의견 개진을 넘어선 명백한 교권침해입니다. 또한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의 이름과 교사의 실명까지 노출한 것은 교권침해를 넘어선 개인의 명예훼손입니다.

4. 교사들의 수업과 학생들의 교육활동 결과물은 보호되어야 합니다.

이번 일로 인해 교사들은 두렵습니다. 우리의 교육활동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속적으로 학교를 방문하여 항의하고, 교육청에 신고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노출이 될까 두렵습니다. 수업 내용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아닌, 반대를 위한 반대를 마주하기가 두렵습니다. 그로 인해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할까 더 두렵습니다. 교사가 성취기준에 근거하여 재구성한 수업을 마음 편히 펼치기 위하여 교사들의 수업은 보호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교육과정에 따라 교사들의 노력과 고민이 담긴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교사들의 수업은 보호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수업 활동 중에 나온 학생들의 활동 결과물은 그 학생의 배움에 그치지 않고, 다른 학생들이 보았을 때 또 다른 배움으로 다가옵니다. 그 배움 또한 간접적으로나마 교사의 교육활동이 전해지는 것이므로 학생들의 교육활동 결과물 또한 수업 과정의 일환이기에 보호되어야 합니다.

2022년 11월 8일

대정중 사회 선생님의 혐오・차별 관련 수업을 지지하는 대정중학교 교사 일동

(강명심, 강선영, 강순애, 강지연, 강창익, 고영진, 김누리, 김명숙, 김복숙, 김소영, 김유리, 김유원, 김예지, 김예진, 김정자, 김진숙, 김혜진, 박강희, 박선희, 박종근, 양라윤, 양유진, 오승직, 오인실, 윤민지, 이예지, 장윤영, 정정순, 조유빈, 진현숙, 한미순, 현순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