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화백의 그림과 시 14] 섬
문상금 시인
2022-03-06 서귀포방송
섬
- 문주란
문 상 금
토끼섬에
자라는
문주란아
긴긴 하루를
흰 꽃 피고 지고 하는
문주란아
썰물이 되어 바닷길 열리면
치마 걷어 올리듯
알뿌리 모두 들고 뭍으로
걸어 나오너라
걸어오다 바닷물 들면
첨벙첨벙 헤엄치면서라도
뭍으로 건너오라
토끼섬은
너무 숨 막혀
원담에 물고기 갇히듯
섬에 갇혀서 꽃 비늘 퍼덕이는
슬픈 흰 꽃아
뭍으로 건너와서,
다시 뿌리내리고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며
자유롭게 살아가거라
밤낮 바람 부는 쪽으로
자꾸만 꽃잎이 쏠리는
문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