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개혁칼럼] 신뢰를 확보하라
한근태 칼럼니스트. 한스컨설팅 대표. 미국 애크런대 공학박사.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말이야 옳은 말이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다. 왠지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이성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이 결합되어야 효과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최고봉은 이심전심 염화시중의 미소다. 말하지 않고도 상대의 의중을 알고 그대로 행동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이 가능한 것은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해왔고 그래서 상대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전제조건은 신뢰다. 신뢰수준이 높을 때 커뮤니케이션은 즉각적인 힘을 발휘한다. 사소한 실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뢰의 속도만큼 빠른 것은 없다. 그것은 인터넷보다도 빠르다.
신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신뢰가 탄탄하게 형성된 조직에서는 신뢰를 말하지 않는다. 화목한 가정에서 화목하게 살자는 이야기를 하던가? 커뮤니케이션도 그렇다. 소통이 잘되는 조직에서는 소통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문제 삼지 않는다.
그렇다면 신뢰란 무엇이고, 어떻게 신뢰를 쌓을 것인가?
신뢰는 능력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남도 믿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남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믿는다. 남을 믿는다는 것은 언제나 위험이란 요소를 계산에 넣어야 하는 일이다. 설혹 삐끗하더라도 대처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신뢰는 먼저 믿어주는 것이다. 휴렛팩커드의 예가 그렇다. 1972년 당시 CEO였던 루이스 플랫은 출근 시간 입력제도를 폐지했다. 회사의 신뢰에 직원들도 신뢰로 화답했다. 하지만 다른 회사들은 직원을 믿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확인하고 통제했다. 직원들은 회사의 불신에 불신으로 맞섰다. 당연히 문제가 생겼다. 그러면 그것을 빌미로 더욱 규제를 늘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보라구, 세상에 믿을 사람이 어디 있어?”
신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믿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무조건 믿는 것이 신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결단으로서의 신뢰, 현대적인 신뢰이다. 그것은 깊은 고민 끝에 생겨나는 계산된 신뢰다. 따라서 결코 맹목적이거나 순진하지 않다. 조건이 필요한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능력, 성실, 선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문성 있고, 인격이 확실하고, 감춰진 의도가 아닌 선의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스티븐 코비 박사의 ‘감정은행계좌’ 개념은 신뢰를 어떻게 쌓을 것인지 대한 이해와 도움을 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면 은행계좌처럼 감정은행계좌가 만들어지는데, 약속을 잘 지키고 밥을 사주고 친절하게 대하는 등 평소 열심히 입금을 하면 계좌에 잔고가 충분히 쌓여 간혹 말실수를 하더라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반대로 인출 만 계속하다가 깡통계좌가 되면 감정 상태가 나빠져 별것 아닌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옳아도 감정이 나빠져 있는 상대가 이야기하면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신뢰를 쌓고 감정적으로 원활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통로는 필요하다고 해서 금방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